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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관심사

배우에서 화가로, 한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박신양 전시회를 다녀와서

 
한파 주의보에 눈길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지인들과 함께 전시회를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평택 그것도 평택역에서 한 시간가량 이동해 도착한 곳은 mM ArtCenter였다.

http://www.mmartcenter.com/

전시회 제목은 '제4의 벽' 낯선 말이다.


제4의 벽은 무대와 관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자 상상과 현실의 경계선이다.  왜 제 4의 벽일까? 호기심은 전시회를 돌아보며 풀렸다.  과거 수입차를 조립한 건물이었다던 그곳은 3층과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벽을 돌아가며 오픈된 통로가 있다. 전시실은 1층부터 3층까지인데 1 전시실은 화실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모습으로 박신양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담는 작업공간이다. 2 전시실은 온전히 그림을 전시하는 곳, 3 전시실은 그림과 함께 박신양 작가의 동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작은 영상실이 위치한다. 관람객은 그림을 감상하면서 1층 작가의 작업하는 모습, 쉬는 모습, 움직이는 모습을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다.

 
1층은 무대가 되고, 우리는 전시된 그림을 감상하며 1층의 무대도 함께 지켜보는 특이한 전시형태인 것이다. 현실인 듯 상상인 듯 작가는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다.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 실질적은 벽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이 사이에 있다. 들어갈 수 있지만 들어갈 수 없는 가상의 벽이다.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이상인지 모호한 가상의 벽이다. 

 

 
 
전시될 작품은 150여점이고 일부 작품을 옮겨온 것이라 했다. 언젠가 봉쇄 수도원에서 두봉 스님이 건네준 사과로부터 영감을 받은 사과 그림은 각기 다른 형대로 분해, 재조립되어 수많은 색채로 그려졌다.

 
 
무용가인 피나 바우쉬를 모델로 그린 그림은 표정부터 손끝 발끝, 그리고 움직임까지 피나 바우쉬를 닮았다.

오랜 시간 무용으로 다져진 손과 발, 앙상하지만 잔근육은 두드러지는 체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녀의 아름답고 처절한 몸짓이 붉은 옷 속에도 녹아있는 것 같다. 

 

 
 
당나귀는 짐을 지기 위해 태어났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 삶의 여러 가지 짐을 지고 있듯이
나 또한 나만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
그런데 당나귀가 짐을 지고 있는 모습은 나보다 더 의연해 보인다.
짐을 지려고 태어난 인생 같아 안쓰러웠고, 그런 당나귀가 내 모습 같기도 했다. 
내짐이 특별히 무겁거나 대단하다기보다는 세상의 모든 짐을 생각하게 된다.
 -책 <제 4의 벽 > 중에서-

 

 
 
그리운 친구 키릴의 초상, 작가의 자화상, 오스카 코코슈카의 원작을 재해석한 격정적인 연인 등 작가는 다양한 소재의 그림을 통해 그리움의 원형을 찾는다.



 동행했던 타 갤러리 대표이자 화가분께서는 전시된 그림들에서 작가의 고뇌와 고독과 아픔과 기쁨과 슬픔 그리움까지 모든 감정이 느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작가의 깊은 철학이 담긴 글이  큰 울림을 주는 것처럼 박신양 작가의 그림이 그러하다는 생각을 한 내게 지인의 눈물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도 피나 바우쉬 앞에서 작가의 친구라는 키릴의 초상 앞에서 울컥했으니까.  또 다른 지인은 당나귀 그림을 거실에 걸고 싶다며 그 앞을 오래도록 서성였다. 감동의 표현은 저마다 다른 것이니까. 


 
함께 그림을 감상하던 어머니를 찾아 올라간 곳은 암막커튼이 드리워진 영상실이었다. 별생각 없이 앉았는데 볼수록 호기심이 생기고 재밌으며 깊은 울림을 주는 작가의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배고파서 빨리 맛집을 찾자던 우리는 어느새 긴 동영상을 끝까지 보고 있었다.  영상을 다 보고 나올 때는 재밌고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아직 그 감흥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우린 또다시 현실에서 어질어질했다. 밖에는 작가님이 쏜다는 맛있는 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따뜻한 커피가 선물처럼 준비되어 있었다.   서로의 느낌을 주고받으며 4월 전에 한 번 더 오자는 약속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티타임으로 마무리했다.

 
 
*1전시실은 작가가 작업 중이지 않을 때에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박신양(1968~) 배우이자 미술가. 
1992년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1994년 러시아 국립 쉐프킨연극대학
1995년 러시아 국립 슈킨연극대학
2022년 국립 안동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학과
2023년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철학과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