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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빨간 머리 앤 시즌3 정보 줄거리 결말 후기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시즌3 기본정보

빨강머리 앤을 원작으로 캐나다의 CBC에서 제작한 시즌제 드라마지만 원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름다운 시골마을 에이번리, 그중에 초록 지붕 집으로 입양된 빨간 머리 소녀 '앤'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다.
시즌3에서는 앤의 이야기를 넘어 앤의 뿌리 찾기, 원주민 말살 정책의 일부, 길버트와 앤의 사랑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공개:2019.9.22(10부작)
스트리밍:넷플릭스

등장인물


앤 셜리 커스버트 역( 에이미 베스 맥널티)
남자아이를 원했던 초록지붕 집에 실수로 오게 된 고아. 가정부로 지내던 예전 집에서 온갖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당했지만 호기심 많고 활발한 심성은 변하지 않았다. 어느새 초록지붕집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앤. 항상 앤이 걱정스러운 마릴라 아주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주민 아이와도 친구가 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춤 연습을 하다가 길버트와 서로 묘한 감정을 느낀 앤. 길버트가 신경 쓰여 죽겠는데 길버트는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하려고 한다.

길버트 블라이스(루카스 제이드 주만)
여전히 묵묵하게 앤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길버트. 춤 연습을 하다가 앤과 눈이 마주치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게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앤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 그러다 위니프레드라는 여자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다이애나 배리 역 (달릴라 벨라)
앤과 가장 친한 친구


마릴라 커스버트 역 (제럴딘 제임스)
원작 보다 백 배는 멋있는 마릴라 아주머니. 처음 앤이 초록지붕 집에 왔을 때는 찬바람이 쌩쌩 불만큼 냉랭하더니 어느새 앤을 걱정하고, 앤을 위해 두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 됐다. 너무 나대는 앤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결국 앤을 지지해주는 가장 멋진 조력자다.

매튜 커스버트 역 (R.H. 톰슨)
처음부터 끝까지 앤에게는 가장 든든한 지원자이자 천사 같은 매튜 아저씨. 언제나 앤이 일 순위다.

세바스찬 '배시' 라크로아 역(달마 아부제이드)
길버트가 뱃일하면서 사귄 흑인 친구. 백인 가정에서 가정부 일을 하던 어머니가 자기 보다 주인집 아들을 더 챙기는 것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배시에게 길버트는 함께 농사지으며 살자는 제안을 하고 배시는 함께 에이번리로 간다. 흑인들의 빈민가 '보그'에 갔다가 메리라는 여성에게 반해 청혼을 하고
결혼하여 에이번리에 정착해 길버트의 가족이 된다.

메리 라크로아 역(카라 릭켓)
빈민가 '보그'의 세탁소에서 일하던 여자. 철없던 시절 사생아 일라이자를 낳았고, 힘든 생활을 하던 중 세바스찬과 결혼한다. 딸 델피를 낳고 행복한 것도 잠시 패혈증으로 사망하고 만다.

일라이자
메리가 낳은 사생아. 밀주업을 하며 생활하고 있고 엄마를 가끔 찾아온다. 메리가 결혼한 집에 찾아갔는데 델피라는 딸도 낳고 화목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감정에 휩싸여 집안을 한바탕 뒤집어놓고 떠났다. 엄마가 죽었다고 해도 찾아오지 않았고, 세바스찬이 메리의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찾아가지만 메리를 모욕하는 말에 격분해 둘은 주먹질을 하며 싸운다. 후에 일라이자가 메리의 편지를 읽고 마음이 변해 세바스찬을 찾아온다.
일라이자가 찾아온 게 진심임을 알게 된 세바스찬은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뮤리엘 스테이시 역(조안나 더글라스)
필립스 선생 후임으로 온 선생님. 패티코트를 거부하고,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마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에이번리의 새로운 물결을 몰고 오는 선생님이다. 보수적인 에이번리의 주민들에게 스테이시 선생의 이런 모습은 도발에 가까웠고, 이로 인해 마찰이 생긴다. 특히 은연중에 여성 평등사상을 몸소 보여주는데 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기던 앤의 행동 때문에 원로들과 종종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진심이었고, 새로운 교육방법은 혁신에 가까웠기에 주민들의 일부는 스테이시 선생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며 하나씩 갈등을 풀어나간다.
교 신문을 만들어 앤에게 글 쓸 기회를 주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선생님이다.

카퀫 역(키아웬티오 타벨_
에이번리 인근에 사는 원주민 족장의 딸이다. 영어가 가능해서 원주민 문화에 흥미를 느낀 앤과 친구가 된다. 그러나 훗날 원주민 탄압의 일환으로 실시된 원주민 교화 기숙학교에 강제 입학하게 되면서 어려움에 처한다. 다. 앤이 매튜 아저씨와 함께 카퀫을 구출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위니프레드 로즈(애슐리 스튜어트)
길버트가 보조로 근무하는 병원 의사의 딸로 둘은 첫 만남부터 서로 관심을 갖는다. 워니프레드의 아버지는 약혼을 하면 파리 소르본 학교에 진학할 기회와 각종 비용을 대주겠다고 제안한다. 별 이변이 없으면 워니프레드와 약혼을 하기로 한 길버트는 자신이 앤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길버트의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어서 약혼을 취소하자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 위니는 2주 동안은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렇게 앤과 길버트는 서로 어긋나서 끝내 마음을 확인하지 못하는데 우연히 만난 위니프레드가 본의 아니게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

 

시즌3 줄거리

시즌3에서는 앤의 뿌리 찾기, 원주민 말살 정책의 일부, 길버트와 앤의 사랑, 앤과 아이들이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앤은 미크맥어족 원주민 소녀 카퀫과 친구가 되고 원주민 마을에도 놀러 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다. 이교도의 머리를 하고 들어온 앤이 왠지 불안한 마릴라 아주머니.

학교에서 앤은 관심 알림판, 즉 고백판의 부활을 길버트에게 알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곳에 써서 고백을 하라고 너무 노골적으로 하지 말라고까지 조언한다. 고백을 강요하는 것 같은 말에 길버트는 혼란스럽다. 루비에게 고백하라는 뜻이었음을 밝히는 앤도 당황스럽고 길버트는 크게 실망한다.
16살 생일을 맞은 앤은 뿌리를 찾기로 결심한다. 마릴라는 거리가 멀어 안 된다고 말려보지만 앤은 의학 공부를 하러 가는 길버트와 함께 하루면 된다고 고집을 부린다. 생각을 해보겠다던 마릴라와 매튜는 앤이 뿌리를 찾는 일을 적극 도와주겠다며 보호자를 자청한다.
메리의 병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게 된 길버트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괴로워한다. 위로해주는 앤.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을 느끼고, 주변사람들이 아이를 돌보아 주리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메리는 죽음을 맞이한다.
앤은 원주민 교화 기숙학교에 입학한 카퀫을 찾아가지만 면회를 거절당한다. 카퀫은 이교도의 언어는 금지한다며 수녀와 신부로부터 뺨을 맞고 채찍으로 맞는다.

병원에서 의사 일을 배우던 길버트는 같이 일하게 된 위니프레드와 교제 중이다. 학교에서 춤 연습을 하며 앤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애써 부인한다. 앤 역시 길버트에게 신경이 쓰이는데... 앤의 마음도 모른 채 길버트는 품평회 때 위니와 위니 부모님과 동행해 다정한 모습을 연출한다. 가뜩이나 품평회에 출품한 케이크가 망해서 속상한데 길버트가 여자를 데려오다니! 위니의 아버지는 길버트가 자기 딸과 약혼만 하면 파리 소르본대학에 진학할 기회도 주고 모든 비용을 대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변이 없는 한 위니프레드와 약혼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길버트,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초조하다.
앤에게 빌린 만년필을 돌려주러 온 길버트는 고백을 담은 쪽지를 남기지만 앤은 홧김에 쪽지를 찢어버린다.

카퀫의 부모가 백인들에 의해 부상을 입은 채 초록지붕집에 찾아온다. 매튜 아저씨의 도움으로 카퀫을 찾아가지만 면회는 허락되지 않는다. 부모가 카퀫을 맡길 생각이 없으니 카퀫을 데려가겠다고 해도 수녀는 안 된다고 거절할 뿐이다. 윽박지르는 매튜 아저씨 앞에 총을 들고 나오는 남자. 거짓말로 얼버무리며 문을 닫아버리는 수녀. 앤과 매튜는 신부가 돌아오는 2주 뒤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온다. 카퀫의 부모는 학교 주변에 남아 노숙을 시작한다ㅠㅠ 이 모든 상황이 충격적이라고 말하는 매튜 아저씨. 앤은 신문사 등을 통해 세상에 알리자고 말한다. 노숙하는 카퀫의 부모 앞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신부가 거짓말이었음을 인증하듯 교회에서 나온다. 자식이 무사하기를 바란다면 떠나라고 말한다. 카퀫을 구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결의를 다지는 두 사람. 창문을 통해 부모의 노숙을 지켜보던 카퀫은 마음이 아프다.
길버트는 위니프레드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자존심이 상한 위니는 자신이 있는 2주 동안은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조건을 건다.

퀸스 학교에 공동수석으로 합격한 앤과 길버트, 아이들은 다이애나, 그리고 다른 아이들.
할 말이 없냐고 서로의 쪽지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지만 쪽지를 읽은 적이 없는 둘은 축하한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길버트는 선생님께 소르본이 아닌 토론토 대학에 후기로라도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입학을 앞두고 블랙모어 저택에서 생활하게 된 앤과 친구들. 희망에 찬 앤은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위니와 마주친다. 그리고 길버트가 위니와 약혼하지 않았고, 길버트가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같은 시각 길버트는 기차에서 다이애나를 만난다. 길버트가 약혼도 하지 않고 토론토 대학에 가기로 한 사실조차 앤에게 말하지 않은 것을 들은 다이애나는 격분한다. 분노에 찬 다이애나는 길버트가 앤이 처음 애번리로 와서 석판으로 내리쳤던 순간부터 앤을 사랑했던 모든 순간들을 읊어준다 ㅋㅋㅋㅋ 이제 모든 것을 알게 된 둘을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마릴라와 매튜는 드디어 앤의 부모님 흔적을 찾아낸다.

 

감상 후기

1화에서 마릴라 아주머니의 대사를 살펴보면 원주민을 이교도라 칭한다. 이교도 같은 머리를 하고 온 앤을 본 마릴라는 협박을 당했냐며 불안해한다. 그들이 바구니 하나는 잘 짠다고 말하는 마릴라. 비교적 편견이 없는 마릴라 아주머니조차 원주민에 대한 편견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카퀫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앤을 신기하게 쳐다본다.
다름(차이)는 편견을 낳고, 편견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싸움으로 번지고, 싸움은 강자의 탄압으로 확대되고... 일은 이렇게 커져가는 것 같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차이를 인정하고, 편견을 버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명확해진다.
캐나다 캠룹스에서는 1900년대부터 진행됐던 원주민 말살정책의 피해자들, 215구의 원주민 아이들 시신이 발견된 바 있다. 빨간 머리 앤 시즌3에서 원주민 소녀 카퀫을 통해 이 이야기가 잠시 다뤄지는데 수녀와 성직자가 정부와 손을 잡고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부모에게서 떼어내 감금하고 교육한다. 그 기관엔 한 번 들어가면 부모와 만날 수도 없고, 그 속에선 탄압과 폭행과 살인 등이 이루어진다. 빨간 머리 앤에서는 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원주민들이 공포에 떠는 모습과 앤과 매튜아저씨가 카퀫을 찾으러 먼 길을 가지만 면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점, 그곳 생활이 힘든 카퀫, 어렵게 탈출한 카퀫의 뒤를 쫓는 수많은 사람들과 개들 등으로 탄압의 정도를 약하게 보여준다.
들추고 싶지 않았을 역사를 인정하고 드라마에서나마 다루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나 백인에 의한 탄압인데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앤과 매튜가 영웅처럼 보이는 기괴한 상황을 보며 어딘가 찜찜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앤이다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억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아쉽게도 이 이야기는 결말이 없다. 열정적으로 구하려던 앤도 자신의 사랑과 진로에 정신을 쏟고 있다. 시즌 4가 꼭 나왔어야 하는 이유인데 시즌4 제작에 관해서는 낙관하기 힘들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차별을 받던 세바스찬, 예외가 있다면 길버트의 집과 초록지붕집 식구들, 린다 아주머니뿐이다. 패혈증으로 죽음을 앞둔 메리는 부활절 모임에 초대를 받는다. 갑자기 개과천선한 마을 사람들은 메리뿐만 아니라 세바스찬과 메리의 흑인 친구들까지 초대를 한다. 연극무대처럼 메리와 세바스찬을 가운데 앉혀놓고 빙 둘러서서 찬송과 성경을 읽어준다. 빨간 머리 앤에는 이런 어색하고 작위적인 장면이 종종 나온다. 마치 백인들이 저지른 잘못을 이런 장면으로 덮기라도 하듯이... 덕분에 메리는 슬프지만 행복한(혹은 행복해야만 하는) 죽음을 맞이한다.

16살이 된 앤은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한다.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 아저씨는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곧 앤을 지지해 준다. 뿌리 찾기,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나는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있다. 부모가 고려인이다 보니 러시아에서 태어난 사람.
외모는 누가 봐도 한국인이다.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한국말도 제법 잘한다. 그러나 이중국적까지 취득한 이 사람은 뼛속까지 러시아인이다. 스스로도 자신은 러시아 사람이고 러시아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나는 이 사람을 만나고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왜냐면 우리는 종종 교포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을 보게 된다. 부모가 누구인지 자신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몇 번 보다 보니 교포라면 저런 생각을 당연히 갖게 되는구나,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는 인식이 생겼었나 보다. 그러나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 따위는 관심도 없다. 뿌리 찾기는 계획에도 없다.
이상했다. 외모는 한국 사람인데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미국인이래. 미국사람과 다르게 생겨서 차별도 받았어. 만약 나라면 나의 정체성 찾기부터 시작했을 것 같다. 나의 부모는 어디서 태어났고, 왜 나는 미국에 와서 살게 되었는지,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파헤치고 또 파헤쳤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서 앤의 뿌리 찾기를 지지한다. 부모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아는 것은 곧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기에...
결국 부모님의 흔적을 찾은 앤, 엄마를 닮은 자신을 발견하고 교사가 되겠다는 꿈이 더욱 명확해진다.

메리가 죽고 세바스찬은 마릴라와 린다, 그리고 어머니를 불러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운다. 평생 백인의 노예로만 살아온 세바스찬의 어머니는 백인인 길버트가 흑인인 자신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인을 위해 그러했듯이 음식을 차려주고 먼저 먹기를 권한다. 세바스찬이 아무리 설명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부분도 많은 생각을 남긴다.
어떤 힘에 의해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해도 모든 사람이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평생 옳다고 믿었던 신념을 바꾸는 건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교육과 세뇌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갖고 있다.
세상이 변하면 가치도 변한다. 한 때는 가장 중요했던 가치가 시간이 흘러 무용지물이 되는 것 많이 봐왔지 않나.


앤과 길버트의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녀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빨간 머리 앤에서도 원작만큼 둘의 로맨스 분량이 적다. 시즌1,2에서 둘이 서로 좋은 사람임을 알아가고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어떤 감정을 느끼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시즌3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둘은 품평회에 선보일 춤 연습을 하면서 묘한 감정을 느낀다.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면서 시즌1,2에서 쌓아온 감정들이 한순간에 폭발하듯 교감하며 설렘을 느낀다. 몇 번이나 되돌려보고 싶은 명장면이기도 하다.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에 혼란스러운 두 사람은 춤 연습에 관한 이야기에도 흥분하며 화를 내고 춤 연습에 문제가 있었다며 투덜거린다. 잔뜩 꾸미고 커프스단추를 빌리러 온 길버트에게 엉망인 얼굴을 들킨 앤, 다이애나와의 대화가 재밌다.

"왜 하필 그런 몰골일 때 찾아온 거야. 살면서 이런 망신은 처음이야"
"생각해보면 몇 번 있었을 텐데.."
"그에 반해 길버트는 소설에서 나온 모습이었어. 환상적인 턱..."
"환상적인 턱?????"

드디어 품평회 날, 앤은 길버트가 위니와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다. 길버트에게 위니를 소개받은 앤, 설상가상 출품한 케이크 마저 도포제맛이 난다며 망신을 당한다. 달아나는 앤을 위로해주러 간 길버트에게 앤은 "괜찮아, 난 괜찮아. 두 사람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라는 본심을 말을 해버린다.
(아니 앤, 그게 아니라고ㅋㅋ길버트가 따라간 건 케이크 망친 거 위로해주러 간 거라고. 케이크야 케이크!)
첫사랑의 설렘과 어설픔을 제대로 담아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저런 경험 있지 않나?
사랑이 아름다운 순간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어딘지 부족하고 어설프고 아쉽고 오해했다가 풀었다가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풋풋하고 예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막상 사랑이 이루어지면 디 엔드! 더 이상 아름답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다. 빨간 머리 앤은 사랑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을 예쁘게 담아냈다. 그러나 위니프레드라는 장벽을 넘어, 꼬인 실타래를 풀고 도착한 곳에서 둘은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하는데 이 부분이 별로다.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할 말이 너무 많은 시즌3이지만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긴 이야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끝나는 게 아쉽다"
그러니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시즌1부터 정주행 할 것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