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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문신을 한 신부님 줄거리 결말 평점 후기

의외의 명작 폴란드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Corpus Christi)기본 정보

가석방으로 소년원을 나온 20살 청년 다니엘은 토마시 신부의 도움으로 어느 마을의 목공소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소년원에서 훔친 사제복 덕분에 며칠간 마을 성당의 주임신부 자리를 맡게되는데...기존의 신부 이미지를 탈피, 신부로서는 파격적인 언행으로 마을사람들의 신임을 얻게 된다. 다니엘의 운명은?

개봉:2020.2.13
장르:드라마
국가:폴란드, 프랑스
러닝타임:116분
감독: 얀 코마사
수상내역: 2019 제76회 베니스영화제 레이블 유로파 시네마상 최우수 장편영화, 최우수영화상 수상

출연

다니엘 역(바르토시 비엘레니아 Bartosz Bielenia)
1992년생 폴란드 배우. 이 영화로 2019년 제55회 시카고 국제영화제 실버휴고 남우주연상, 2019년 제30회 스톡홀름영화제 남우주연상,2020년 제31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 남자배우상 등을 수상했다.
엘리자 역(엘리자 리쳄벨)
1992년 폴란드 배우. 이 영화로 2019년 제44회 폴란드 그디니아 영화제 여우조연상 수상

핀스헤르 역(토마시 지엥텍)
리디아 역(알렉산드라 코니에츠나) 엘리자의 엄마
시장 역(레셱 리호타)
토마시 사제 역(루카즈 시므라트)

줄거리

신문 가판대와 가게를 털고, 마약도 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던 다니엘은 친구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 친구를 때렸고, 그 친구가 죽는 바람에 소년원에 들어왔다. 소년원이다 보니 온갖 가혹행위와 폭력이 이루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핀스헤르는 악명 높다. 다니엘은 목공일을 배우며 토마시 신부님의 미사를 돕고 있다. 어느날 자신이 죽인 친구의 형이 같은 소년원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가석방을 신청한다. 그리고 평소 존경하던 토마시 신부님의 도움으로 어느 마을의 목공소에 일자리도 얻었다. 전과자는 신학교에서 안 받아준다는 소식도 함께 전하는 토마시 신부.
가석방 되던 날 술을 죽도록 마시고 여자도 만나며 억눌렸던 회포를 푼다. 그리고 목공소를 찾아 내려가는 버스 안, 담배를 피고 있는 다니엘 앞에 한 남자가 서서 담배 끄라며 시비를 건다. 경찰이었다. 너 같은 놈은 어딜 가나 티가 난다며 소년원에서 나왔는지를 묻는다. 가석방이 아닌 석방이라는 말에 돌아가는 경찰.

목공소에 도착한 다니엘은 팔뚝에 문신을 한 남자를 비롯해 건장한 남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웬일인지 그냥 돌아서 나온다. 혼자 언덕에 앉아 담배를 피던 다이엘은 무슨 생각인지 마을 성당을 찾는다. 텅빈 성당 안에는 한 여자아이 엘리자가 앉아있다. 미사는 끝났냐고 묻는 다니엘에게 미사는 내일 아침에 있다며 목공소에 잘 데 없냐고 묻는다. 다니엘의 말을 믿지 않던 엘리자는 사제복을 보고나서야 그가 신부라는 것을 믿는다.
엘리자의 엄마 리디아와 주임신부를 만나게된 다니엘.
얼떨결에 자신을 토마시 신부라 소개한다.
다음날 주임신부가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한 다니엘, 어쩔 수 없이 주임신부 대신 고해실에 들어간다.
깨어난 주임신부는 다니엘에게 며칠만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달라 부탁한다. 난감한 다니엘, 교구에는 알리지 말고 둘만 아는 비밀로 하자는 말에 며칠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수락한다. 사제관으로 간 다니엘은 담배를 피며 다음날 아침 미사 준비를 한다. 줄담배에, 도넛 모양의 연기를 만들며...


드디어 미사가 시작되었다. 어딘지 안 맞고 어긋나는데 다니엘은 기도로 위기를 모면한다.
"제가 어찌 주님을 대신할까요 저렇게 순결하신 분을. 제가 어찌 주님을 대신 할까요 제 인생도 벅찬데..진심으로 기도하고 지금 주님과 대화하세요"라며 찬송을 시작한다. 순수하고 환희에 찬 다니엘의 표정에 신도들의 합창으로 이어진다. 다니엘의 책상 위에는 신도들이 보낸 감사의 선물이 쌓여간다. 그 때 목공소에서 일하게된 핀스헤르가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을 한다. 그러나 다니엘의 설교를 듣고 얼마간 감동받은 핀스헤르는 돈을 달라고 하지만 술 한잔 하며 자신의 신세를 털어놓는다. 폭력을 쓰지는 않는다.
마을에서는 교통사고로 죽은 6명의 사진을 걸고 추모 중이다. 엘리자의 오빠와 친구 6명이 탄 차와 운전자 한 명이 몰던 차가 충돌해 7명이 죽은 사고였지만 리디아를 포함한 유족들과 주임신부의 결정으로 운전자는 죄인으로 몰려 장례도 못 치르고 있다. 단지 사고일 뿐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다니엘과 엘리자는 운전자의 장례를 추진한다. 시장과 유족들의 거센 반대에도 결국 장례를 치른 다니엘.
그러나 그 행렬에서 진짜 토마시 신부와 마주쳤다.
사제관으로 찾아온 그는 다니엘에게 짐을 싸라고 말하지만 다니엘은 성당으로 도망쳐 미사 준비를 하고있다.
분노에 찬 토마시 신부는 다니엘에게 주먹을 날리고 자신이 미사를 주관하겠다고 말한다. 다니엘은 사제복을 입고 성당 앞에 신도들을 마주보며 섰다. 사제복을 벗으니 드러나는 상체의 문신. 다니엘은 두 발을 벌리고 당당하게 놀라는 신도들 사이를 지나 나간다. 그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리디아.


소년원으로 돌아온 다니엘. 눈에 피멍이 든채 식사를 하고 있다. 어느새 소년원으로 돌아와있는 핀스헤르가 다른 곳에 앉으라며, 술 한잔 같이 했다고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빈정거린다. 나가면서 내일 다니엘에게 폭력이 있을 거라는 정보를 말해준다.
보누스와 주먹질을 하고있는 다니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누스를 때려눕히고 머리로 보누스의 머리를 사정없이 박는다. 보누스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피투성이가 된채 누워있고, 다니엘은 악에 받친 모습으로 걸어나온다. 다니엘의 뒤로 건물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이 우왕좌왕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나오는 다니엘.

감상 후기

제목이 왠지 끌리지 않아 망설이다가 보게 된 영화인데 뜻밖에도 명작을 만난 기분이다. 소재가 무척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고, 재밌었다. 팬데믹의 여파로 작품성에 비해 덜 알려진 게 아닌가 싶은 영화다.

폴란드에서 약 3개월 동안 신부를 사칭한 한 소년이 가짜 신부 역할을 하면서 전임자인 진짜 신부 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신도들에게 다가갔고 그런점이 신도들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문신을 한 신부님>의 주인공 다니엘은 양아치 같은 모습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상황에 맞게 기도도 잘 하고 설교 마다 훌륭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좀 놀아본 것 같은데 유능한 신부, 양아치 같은데 정의로운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신부, 꽤 매력적인 캐릭터다.


맨 처음 고해실에 들어가던 날.
한 여인이 고해실로 들어온다. 자신의 아이가 12살인데 담배를 핀다고, 그래서 자신은 아이를 때린다고 말한다. 다니엘은 담배라면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며 더 센 담배를 사주고 피워보게 시키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담배를 사주라는 말에 당황한 여자가
'아이에게 담배를 사줘요?"
"아니면 교우님 담배를 주시든지요"
"저 담배 안 피우는데요?"
"냄새가 납니다"
그제야 가끔 핀다고 자수하는 여자.
이런 속시원한 답변이 또 있을까. 저런 상황에서 실제 신부님이었다면 어떤 답을 주었을까?
아마도 "아이를 때리는 것은 죄입니다.죄를 지었으니 기도하세요" 뭐 이런 대답이 아니었을까?ㅋ
성당도 잘 나오지 않고 몰려다니는 다소 불량스러운 아이들에게는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한다.
평소 자신을 무시하고 협박하던 시장에게는 개업식 행사에서 기도를 하며 젖은 땅위에 무릎을 꿇게 한다.
축제 때 고성방가는 물론 사제복을 입고 춤을 춘다. 그러다 설교 할 때면 멀쩡해져서 진지한 설교를 하고 감동을 주는 신부.
집에 오래된 책이 있었다. 우연히 들춰보다가 너무 재밌어서 전권을 다 읽게된 책이었는데 <돈 까밀로와 빼뽀네>라는 책이었다. 신부인 돈 까밀로와 공산당원인 빼보네의 이야기를 쓴 잔잔한 책이었는데 다니엘은 마치 돈 까밀로를 보는 듯했다. 신부라면 연상되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는 신부....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건 돈 까밀로는 믿음이 깊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신부라면 다니엘, 아니 가짜 토마시 신부는 신부가 되고 싶지만 끝내 하느님의 선택을 받지 못 한 불행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는 어느정도는 해피엔딩을, 새드엔딩이라도 속시원하게 해결이 된다. 그러나 <문신을 한 신부님>은 다니엘에게 가혹하다. 가짜 신부로 시작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신망을 얻을 만큼 잘 수행했음에도 소년원으로 다시 들어간다. 다니엘이 존경하던 토마시 신부는 다니엘에게 주먹질하고 소년원으로 보내버린다.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게 신부아닌가? 다니엘이 달라졌고, 심지어 사제직을 잘 수행하고 있지만 진짜 토마시 신부는 다니엘을 사랑할 수는 없었나 보다. 더이상 신부 노릇을 못 하게 하는 것으로 끝내거나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서품을 받을 수 있게 해줄 수는 없었을까? 우리나라 영화였으면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였을텐데...
다니엘 덕분에 평화로워진 마을은 주임신부가 미사를 행하고 있었고, 이와 대조적으로 다니엘은 눈에 피멍이든 채 식사를 하고, 보누스와 주먹질을 하고 있다. 실컷 맞다가 보누스를 때려눕히고 피투성이가 된채 걸어나오는 게 마지막 장면이다. 열린 결말로 끝났는데 추측할 수 있는 결말은 여러가지다.
1) 만약 다니엘과 싸우던 보누스가 죽은 거라면?
2)어딘지 모를 방향으로 걸어나오는 피투성이의 다니엘, 그 뒤로 연기가 새어나오고 떠들썩한 소리가 들린다.
다니엘은 소년원을 나오는 걸까? 걸어나온다고 나올 수 있을까?
3)만약 보누스가 죽은 거고 (그럴리 없지만) 핀스헤르가 그 현장을 덮어주려고 불을 지른 거라면?
핀스헤르는 돈을 뜯기 위해 온 성당에서 다니엘의 설교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소년원에서 다시 만 났을 때는 친구가 아니라고 했지만 일어서며 내일 다니엘이 공격을 받을 거라는 정보를 준다. 다니엘과 보 누스가 싸울 때 여럿이 지켜보고 있었고, 보누스가 쓰러지자 제일 먼저 달려갔다. 핀스헤르는 과연 개과천 선해서 다니엘을 덮어주려 했을까?
4) 다니엘의 마지막 걸음은 소년원에서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저 희망이 없는 그곳을 벗어난다는 의미일
까? 방탕하게 살았던 자신의 과거에서 영원히 벗어난다는 의미일까?

꼭 봐야하는 영화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