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2022년 2월 25일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다.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판사가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자 깊은 상처를 가진 심은석 판사와 차태주 판사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마주하다가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이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가 소년범과 촉법소년이므로 이 두 단어의 의미를 먼저 살펴보는 게

좋겠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촉법소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범죄행위를
하여도 처벌을 받지 않으며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된다.

소년범

죄를 저지른 19세 미만의 사람. 소년법에서 다룬다.

등장인물

심은석 역(김혜수)

연화 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 즉 소년원 2년을 가장 많이 내린다고 해서 '십은석'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5년 전 초등학생 벽돌 투척 사건 피해자의 부모였고 가해자들이 끝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소년범들에

대한 증오감이 생긴 판사다. 이 사고로 이혼 후 혼자 생활하며 이삿짐도 안 풀고, 냉장고는 텅텅 빈 채로 일에만

몰두하다 쓰러지는 모습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망을 투영하며 눈물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다.
드라마 초반에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등장해서 소년범에 대해 지독한 편견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무조건 가장 무거운 처분을 내릴까 하며 보게 되지만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사건을 들여다보고,

소년범들에게 최대한 갱생의 기회를 주는 따뜻한 면을 보여준다.

 

차태주 역(김무열)

연화 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좌배석 판사.
소년범들에게 엄격하고 차가운 심은석 판사와는 다르게 소년범들을 잘 대해주려는 판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심한 가정폭력을 당해서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사건으로 소년원에 다녀왔으며

당시 강원중 판사의 보살핌으로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해서 판사가 되었다.

후에 강원중 부장이 법복을 벗고 법원을 떠날 때 극적으로 해후한다.
강원중 판사는 누군가에겐 과거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첫눈에 알아봤지만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고,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떠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청소년들의 강력범죄를 주로 다루고 있어 내용이 무거운데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면서

인간의 나약함과 선함을 일깨워준다. 심은석 판사가 소년범에 대해 냉정하고 엄격한 태도인데 반해 차태주 판사의

부드러운 태도 또한 같은 맥락에서 드라마의 강약을 조절한다.

강원중 역(이상민)

연화 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장. 22년 경력의 부장판사로서 차태주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정계로 진출하고 싶은 야망이 있어 사건을 축소하거나 덮으려 하는 등 위선적인 관료처럼 그려지지만 그도 과거에는

꽤 괜찮은 판사였다. 차태주가 소년범이었던 시절 그를 갱생시키고 동기를 불어넣어 줌으로써 판사의 길로 이끈

사람이다. 젊고 의욕이 넘칠 땐 훌륭했던 사람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변해가고, 야망 앞에서는 스스로 불법도

용인할 만큼 비굴하게 변한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가 법원을 떠나던 날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차태주를 만나는 설정 또한 과거의 괜찮았던 자신과 만나는

것처럼 드라마틱했다.

 

나근희 역(이정은)

강원중의 후임으로 온 연화 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장.
첫 등장부터 심은석을 탐탁지 않아하더니 일관성 있게 방해를 하고 사사건건 부딪친다.
사건을 종결시키지도 못한 채 적체시키는 건 옳지 않다는 신념으로 속전속결을 주장하다가 5년 전 벽돌 투척 사건도

속전속결로 처리한 장본인이다. 그 결과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법정을 우습게 보고 더 흉악한 범죄자가 되었고,

이를 뒤늦게 깨닫고 심경의 변화를 맞는다. 이런 판사가 많으면 위험하겠구나 싶은 캐릭터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감상 후기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대전 중학생 렌터카 절도 운행 추돌사고,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각색한 드라마라고

한다. 사건 제목에서 느껴지듯 소년범들은 순수하지 않았다.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살인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하며 법정에서 웃기까지 한다.
앞으로는 바르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서서 언제 그랬냐는 듯 나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사람을 죽이고 성폭행하고 괴롭히는 등 어리다는 이유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잔인하고 계획적이다.
이 드라마가 꽤 잘 만든 드라마라고,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하면서도 차마 줄거리를 적지 못 하는 것은 글로 적기에도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창작이라 해도 차마 입에 담기도 싫은 내용들인데 심지어 실제 사건이라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엔 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희망을 말한다.
모든 소년범들이 다 개과천선할 수는 없겠지만 차태주가 좋은 판사를 만나 새 삶을 시작했듯 심은석과 차태주가

좋은 판사이니 분명 달라지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환경이 변하면 달라질 거라는 희망이 그것이다.
사건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자 노력하는 판사, 반성하는 아이들에게 손 내밀어줄 수 있는 판사가

있다면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이 있다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모든 출연자들의 연기가 좋았지만 그중 김혜수와 김무열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자식을 잃은 상처가 있고, 차갑고 냉철하지만, 소년범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심은석 역의 김혜수.
가정폭력에 의한 상처로 어딘가 주눅 들어있고 어둡지만, 소년범을 이해하는 차태주 역의 김무열
그냥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너무 어둡고 무거운 소재라서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내 기준 꽤 잘 만든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