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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정보 줄거리 리뷰

서부 전선 이상 없다 기본 정보

 

장르:드라마, 전쟁, 액션
원작: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동명소설
공개:2022.10.28
러닝타임:147분
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
등급:청소년관람불가
스트리밍:넷플릭스


근래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잘 만들어진 수작이다. 보는 내내 안타까움 또는 전쟁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미움이 있다면 보고 나서는 뭉클한 감동이 겹겹이 쌓인다. 이 영화의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보통의 전쟁영화에서처럼 죽은 전우의 가족을 찾아 유품을 전달하는 자비 따위는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 씬의 주요 배경이 되는 참호는 저런 곳에서 어떻게 지내지 싶을 만큼 걱정스럽기 조차 하다. 예전에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군 참호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읽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무자비함이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어딘가 따뜻한 정서를 함께 담고 있다. 전쟁 영화 중에 '1917'과 더불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반드시 포함될 영화다.

출연

마티아스 예르츠베르거(매튜) 역(다니엘 브륄 )
폴 바우머(파울) 역(펠릭스 캄머러)
스타니슬라오(카트) 역(알브레히트 슈흐)
알버트 크로프 역(아론 힐머)
프란츠 역(모리츠 클라우스)

배경

영화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1914.7.28~1918.11.11)이다.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1차 세계대전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당시 유럽은 여러 나라들이 제국주의 정책을 펴면서 서로 더 많은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1914년 6월 열아홉 살 세르비아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쏘아 죽인 사건이 발생하였고,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 포고를 하자 러시아가 세르비아를 지원하고 나섰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한편이 되어 전선이 형성되면서 유럽 전체가 전쟁터가 되었다.

줄거리

1917년 봄, 1차 대전 3년 차라는 제목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길어지는 전쟁에 전황이 불리해지고 군수물자 마저 부족해지자 독일은 죽은 군인들의 군복을 수습해 세탁과 수선을 거쳐 소년병 모집에 쓰고 있었다. 북독일의 어느 마을 파울과 친구들은 군입대를 지원한다. 소년병을 모집하러 나온 군간부의 연설에 들떠있던 이들은 누가 입었던 군복 인지도 모를 군복을 지급받고 기뻐한다. 군인이 되어 전쟁터로 나간다는 흥분에 즐겁게 대열에 합류하지만 전선에 도착하자마자 상상과 전혀 다른 현실을 발견한다. 시체가 나뒹구는 진흙투성이의 참호, 정신없이 쏟아지는 총탄과 하나 둘 죽어가는 전우들, 그곳은 지옥이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약해 보이고 마른 파울은 친구를 도와주다가 방독면을 늦게 쓰게 등의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 지휘관으로부터 내일이면 죽겠다는 말을 듣는다. 방독면을 쓴 채 행군하여 도착한 곳에서 멀뚱히 서있는 파울에게 카트가 관심을 보인다. 포격 이후 인식표를 수거하던 파울은 친구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고 오열한다.


18개월 후 이젠 제법 군인 다운 모습의 파울, 부대원들과 함께 사라진 신병을 찾으러 간다. 전사한 독일군 군복을 세탁하던 세탁공장, 독가스를 사용한 것 같은 증거를 발견하고 이어 신병들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 와중에 크로프는 여성 그림이 있는 포스터를 찢어온다.
1918년 11월 8일 프랑스 콩피에뉴.
파울이 속한 부대의 장군은 휴전 협정에 관한 보고를 받는다. 휴전 협정을 하려는 자들은 매국노라 말하며 자신은 절대 항복하지 않을 거라며 전력을 다해 당장 공격하라는 공격명령을 내린다.
프랑스 점령지에 주둔 중이던 파울의 부대는 최전방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러시아 연합 측 대표단과 휴전 협상 중인 독일 대표단, 휴전 협정에 앞서 서로의 이익을 위한 마지막 조율을 남겨두고 있다. 최전방에선 진격 명령을 받는다. 수많은 부상자와 전사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파울과 병사들은 참호 속 식량창고를 발견하고 허겁지겁 먹는다. 그 순간 느껴지는 진동과 쥐떼...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적의 전차가 달려온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독일군 병사들... 전차에 깔려 죽는 사람도 있고, 머리 위로 전차가 지나가는 사람도 있는 혼란 속에 파울은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혹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프랑스 군인 제라르를 마구 찔러댄다. 피를 토하며 가뿐 숨을 몰아쉬는
제라르를 보며 정신이 든 파울, 달려가 입에 넣은 진흙을 닦아주며 울부짖는다. 반드시 제라르의 가족을 찾아가겠다며 그의 유품을 챙긴다.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다. 종전의 기쁨을 누리며 고향으로 돌아갈 기쁨에 들떠있는 병사들.
카트는 일단 배고픔부터 해결해야겠다며 파울과 함께 전에 거위를 훔친 적이 있는 농가로 향한다. 이번엔 파울이 대신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들키고 만다. 총알을 피해 겨우 도망친 두 사람, 거위알을 날로 깨 먹으며 행복해한다. 잠시 볼일을 보러 숲에 들어간 카트, 농가 아들인 어린 꼬마의 총에 부상을 입고 만다.
파울은 카트를 둘러업고 막사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 앞에 절망한다.
휴전이 발효되기 직전까지 싸우겠다는 미치광이 장군, 그렇게 파울의 부대는 마지막 진격을 한다.
휴전 15분 전, 적의 참호까지 진격한 파울은 한 병사와 대치중이다. 엎치락뒤치락 둘은 참호 안에서 서로를 마주 본다. 휴전이 선언되는 바로 그 순간 파울의 뒤에서 한 병사가 총칼로 파울을 찌른다.

 

감상 후기

휴전 협정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에 '전쟁이 없으면 군인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는 대단한 신념을 가진 미치광이 장군이 끝까지 독일군의 전진을 외친다. 군인에게 그렇게 전쟁이 중요하다면 직접 나가서 싸우든지, 자기는 호화로운 식탁 앞에 앉아서 애견을 옆에 앉혀두고 고기를 뜯는다. 휴전 협정을 하려는 자들을 매국노로 지칭하며 자신은 절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거라며 굶주린 어린 군인들을 전쟁터로 내보낸다. 막사에는 수많은 부상자와 시신들이 넘쳐나고, 전쟁터에서는 매 순간 병사가 죽아가는데 말이다. 휴전이 선언되는 11월 11일 11시, 주인공은 바로 그 순간 마지막 진격에서 적의 총칼에 죽음을 맞이한다. 1분만 빨랐어도 죽지 않았을 상황이라 그의 죽음은 더더욱 슬프고 안타깝다.
휴전협정에 독일 대표로 참석하는 작자는 전쟁 중인데 호화 열차에서 잠옷까지 입고 호화로운 식사를 하고 차까지 마신다. 물론 이분은 휴전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그 시간 전장에서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 병사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호화로움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전쟁이나 그렇듯 지휘자들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며 전쟁을 한다. 자기들의 목숨은 중요하고 힘없는 병사들 죽음은 개돼지 취급하면서 멋대로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짠다. 이 상황을 다 보게 되는 관객 입장에서는 엿 먹으라는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파울과 친구들은 오랜 전쟁에서 차례대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선임이었던 카트마저도 거위알을 훔치러 들어간 농가의 어린 아들에게 어이없이 죽게 된다.

참혹한 전쟁터가 대부분이지만 아름다운 풍경들도 가끔 나온다.
세상이 온통 하얀 눈을 쌓인 어느 겨울 거위를 훔치러 간 농가 대문 앞에서 쏟아지는 하얀 눈을 맞고 있는 카트, 푸른 언덕에 예쁜 나무들이 있는 아름다운 길을 독일군 차들이 라이트를 켜고 줄지어 이동하는 장면, 검은 화면에 반딧불 같은 작은 불빛이 기적 소리와 함께 점점 커지며 다가오는 장면 등은 전쟁터와 대조적으로 너무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런 풍경들을 보고 있자면 전쟁이 없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답게 이 영화는 상당히 잔인하고 끔찍하며 사실적이다.
부서지고 무너진 참호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상상해볼 만큼 잘 만들었다. 시체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장면은 분명 사람이 연기한 것 같은데 뻣뻣하게 끌려 나오는 모습이며 표정 등이 너무도 실제 같았다. 부상병들이 죽어가기 직전의 모습도 와.. 저걸 어떻게 연기했지 싶을 만큼 놀랍다. 특히 후퇴하는 대열에서 뒤처진 파울이 죽이게 되는 적병의 연기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엔딩도 매우 인상적이다.
휴전을 15분 앞둔 상황에서 파울은 적병과 대치중이다. 엎치락뒤치락 싸우다 둘은 참호 안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서있다. 둘은 동시에 같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곧 끝나는데 굳이 싸워야 하나'
그러나 전쟁은 전쟁이다. 망설이는 순간 누군가는 나를 죽일 수 있다. 파울의 뒤에서 또 다른 적병 하나가 나타나 총칼로 파울을 찌른다.
독일군 신병이 인식표를 수거하고 있다. 한 명 두 명 인식표를 떼고 가니 그곳에 파울이 스카프를 손에 쥐고 죽은 채 앉아있다. 신병은 스카프를 빼내어 목에 두르고 떠난다. 파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너무나 아쉽다. 정신 나간 장군만 아니었다면, 마지막 진격만 피했다면, 마지막까지 후방을 경계했더라면 파울은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갈 수 있었다. 이 얼마나 극적인 엔딩인가